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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나는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 사람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도

그리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 체게베라 -





오전 7시. 

알람은 오전 6시에 울렸는데 뒹굴뒹굴하다가 7시쯤 일어나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오늘 일정은 센트로 쪽을 구경하러 가고 시간이 남으면 안토니오 마세요 광장까지도 가보려고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빨래를 맡기는 것!

어제 페드로에게 정보로는 여기서 6블록 위로 빨래방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빨래가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어나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후(얼마 만인지) 책도 좀 읽다가 7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큰 길가로 나오니 빨래방처럼 생긴 상점이 보인다.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어 생각보다 안 바쁜가…. 싶었는데


“오늘 안 돼”

“왜? 나 옷 이것밖에 없는데 무슨 방법 없을까?”


팬티도 다 빨려고 그냥 반바지에 티만 입고 속옷도 안 입었는데…. 


“그래? 그럼 잠깐 기다려 봐”


그러더니 어딘가로 막 전화를 하더니 그곳 번호와 위치를 알려준다.

대충 보니 안토니오 마세요 광장 가는 길이다.

그런데 아줌마가 딜을 한다.


“내가 손빨래하고 3CUC 어때? 내일 오후 2시에 찾으러 와”


우선 내일까지 버틸 여유도 없었고 3CUC는 좀 비싸다 싶었다.


“아냐 내일 올게”


우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페드로 숙소에서 일하는 알프레도를 만났다.

어제 페드로가 알프레도 부인도 빨래를 해준다고 하던데...


“너희 빨래 해준다고 들었는데 얼마야?”


“빨래할 거 있어? 우선 들어와서 보여줘”


빨래를 보여줬다.


"10cuc"


10cuc이라니...


“아니.. 저기서는 2cuc에 해준다고 했는데 너무 비싼데?”


“그래? 그럼 6cuc에 해줄게”


“음 아냐 내가 딴 데 찾아볼께”


그리고서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빨래방으로 걸어갔다.

정확한 위치는 페드로가 숙소에 있어서 물어봤다.

가는길에 plaza de Marta도 보고 피델이 혁명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곳인 쿠에르텔 몽카다 병영도 들려서 구경했다.

입장료가 2CUC이어서 안에 까지 들어가지는 않았고 벽에 있는 총알 자국들만 보고 왔다.


다른 세탁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좀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그래도 영업은 하나 보다.

관리하는 아줌마한테 물어봤다.


“안돼 끝났어. 내일 와”


“나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떻게 안 될까?”


“얼마나 되는데?”


빨래를 보여줬다.

아까 세탁소에서는 하나하나 세어봤는데 여기서는 그냥 보지도 않는다.


"20??"


“20cuc, cup?”


CUC인지 cup인지 잘 못 들어서 다시 물어봤다.


“20cup이야”


마침 cup이 없어서 1CUC(24cup)를 냈다.

근데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보고 잠깐 오란다.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를 하는데 이제는 3CUC란다.

아 호구 잡혔구나...

그래도 오늘 정말 빨래하고 싶어서 딜을 시작했다.


“아니 20cup 이라며 아까는 근데 왜 3cuc이야??”


“~~~~~~~(못 알아들음) okay 20cup y una cerveza”


“뭐? 20cup 이랑 맥주 하나? 그래 콜”


노트를 꺼내서 확인까지 받고 맥주를 사러 나갔다.

하.. 뭐 이런식이냐 진짜..

아.. 쿠바 이런 식이라고 듣기는 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아쉬운 게 없어서 이런 일이 생길 게 없었지만, 뭐…. 에휴.

어쨌든 바로 옆 가게에서 맥주 (1CUC)를 사고 다시 들리니 오후에 오란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안토니오 마세오 광장에 갔다. 


양말이 없어서 슬리퍼를 신고 다녔는데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날씨도 너무 덥다.

광장까지 걸어서 갔다가 여기서 마세오 광장까지는 일직선이라 그냥 오는 구아구아 하나 잡아서 탔다. 


버스가 마세오 광장 바로 앞에서 섰다. 

내려서 사진을 좀 찍다가 다시 돌아가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에레디아 극장에서는 뭐 공연 있냐고 물어봤는데 일요일만 있단다. 

길예르몬 몬까다 야구장은 옆에 있던 조그만 경기장하고 헷갈렸다. 

야구장까지 오고 너무 힘들고 목도 말라서 앞에 있던 카페테리아에서 물 하나 사서 좀 쉬었다. 


역시나 쉬고 있으니 사람들이 치나치나거린다. 

하루에 길 가다 보면 수십번은 듣는 소리. 지겹다. 

그래도 아바나처럼 호객으로 더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빨래도 다 됐나 확인할 겸 빨래방으로 출발. 

언덕을 걸어서 넘기가 버거워 구아구아를 탔다. 

Cup 지갑을 안 가지고 와서 그냥 0.5 CUC 있던 거 냈다. 

세톡소에 잠깐 들려서 내 빨래를 확인하는데, 빨래가 아직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

근처에서 점심 먹고 다시 와야겠다. 


식당을 찾아다니는데 어떤 쿠바사람 한 명이 치노치노 거리면서 끝까지 쫓아왔다. 

식당으로 들어가면 안 쫓아올까 싶어서 들어갔는데 식당까지 찾아와서 돈 달라고 해서 엄청 짜증 났다.

좀 허름해 보이는 야외 식당에 들어가서 돼지고기처럼 보이는 42CUP 짜리 밥을 시켰는데….

사진은 정말 맛있게 생겼었는데 맛은 정말 없었다. 

돈이 아까울 정도로 맛 없었던 건 쿠바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후에 세탁소에 가서 다시 체크했지만 아직 세탁이 완료되지 않아서 그냥 집으로 가서 좀 쉬기로 했다. 

집에 오자마자 헤밍웨이 책을 좀 읽다가 너무 피곤해서 4시까지 잤다. 

슬리퍼 신고 너무 오랫동안 걸어서 발이 너무 아파 완전 꿀잠을 잤다. 


오늘 저녁은 꼭 랍스터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 갔던 식당을 포함해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결국에는 못 찾았다. 그래도 돌아다니면서 본 여러 장소는 산티아고 데 쿠바 대성당, 벨라스케쓰 발코니, 빠드레 피코 계단 

대성당은 내일이나 내일 모레 시간이 나면 꼭대기까지 올라가 봐야겠다.


빠드레 피코 계단과 발코니는 탁 트여 있는 전경이 보기 좋았다. 

세탁소가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되서 다시 찾아갔다. 

조금 늦을 것 같아 근처까지 가는 구아구아를 알아보려고 어떤 아줌마한테 물어봤다.


101번이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페레이로 공원 가는 구아구아 정류장 어딨어?” 


“여기서는 안가고.. 따라와 내가 같이 가줄게” 


여느 쿠바사람들과는 달라 보여서 따라가기로 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20살에 아이를 낳아 아이는 7살이고 현재 27이란다. 

지금은 상점에서 일한다고 했다. 

산티아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하는데 지나가면서 아는 사람인지 인사만 5번은 한 것 같다. 

중간에 페북 하냐고 물어봐서 이름을 알려줬다. 


정류장에 도착. 

근데 이번에 타는 것은 카미욘.

카미욘이 도시 내에서도 움직이나 보다. 

큰 트럭은 1cup이고 작은 트럭은 5cup이었다. 

내리는 순간까지 잘 챙겨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세탁소 

역시 세탁은 다 안 돼 있었다. 예상은 했다. 

그런데 아까 맥주를 받아간 아줌마가 오더니 뭐라 뭐라 하며 1달러를 더 달라는 것이었다. 

짜증이 솟구쳐 왜 더 달라고 하냐고 아까 돈이랑 맥주 주지 않았냐고 하니 계속 달란다. 

아까 줬다고 더 주기 싫다고 하니 옆에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중재해준다. 

그러더니 아줌마도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그 아저씨한테 어떤 일이냐 물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한 시간 내기로 다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얘기를 시작하는데 이해한 바로는 여기서 엔지니어였고 무슨 국제 협회 마크도 보여줬다. 

미국을 많이 안 좋아하고 쿠바와 피델에 대해서 많이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의 분단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하나 된 한국이 되기를 바래주기도 하였다. 


내가 아까 아줌마한테 화난 것을 알아차렸는지 나를 밖으로 불러내 커피나 마시자고 했다. 

알았다고 밖으로 나가는데 웬걸 커피를 사주는 것 아닌가. 

1 cup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신경 써 주다니 고마웠다. 


“치나 치나 다 됐어 가져가!” 


웬걸 치나 소리 듣는 게 반가울 줄이야. 

혹시나 해서 빨래를 확인해보니 빠진 것 없이 다 있었다. 


“고맙습니다. 세뇨리타!”

"데 나다" 


무뚝뚝하고 욕심 많아 보이는 쿠바 아줌마인데 그래도 내 빨래를 잘 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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